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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외모 그리고 자존감에 대한 영화는 이래야만 할까 | 아이필프리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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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chamoe 2022. 3. 1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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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째 상념; 혼란스러운 Love yourself
주관적 감상평, 스포 주의



<아이필프리티>는 2회 차다. 비행기였나 기차에서 이동 중에 킬링타임용으로 1회 차 감상을 했었다. 그저 그런 코미디 영화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훌륭한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생각했다.

사실 지극히도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영화다. 네이버 영화 평점은 9.03이지만 로튼토마토 지수는 아주 놀라운 수준으로 나쁘다.




로튼토마토 지수와는 별개로 영화는 말 그대로 재밌다. 장르도 코미디라는 점에서 생각해보면 충실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르네를 연기하는 배우의 매력에 빠져 신나게 봤지만, 공감성 수치를 잘 느끼는 나는 갑자기 자아도취 환자가 된 르네가 벌이는 행동들에 민망함을 느끼기도 했다.

결론적으로는 즐거웠지만 이 영화에 무게감을 불어넣고 싶지는 않다. 신나게 "LOVE YOURSELF!!"를 외치고만 있는 영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건 정말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통통한 여자와 Pretty를 소재로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스스로를 가꾸고 관리하는 모든 사람들은 외적으로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내가 더 비중을 두는 것은 '스스로를 가꾸고 관리하는' 것이다. 유전학적으로 어쩔 수 없이 정형화된 미의 기준에 어긋난 것들을 제외하고, 우리가 스스로를 정말 사랑한다면 관리를 통해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 외모이기도 하다.

아픈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 몸무게는 조절할 수 있다. 물론 다이어트는 힘들고 괴로운 일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모습 때문에 내가 나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거라면 그 정도 힘들고 괴로운 일은 이겨낼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든다.


살찐 내가 싫어!
→ 운동이랑 건강한 식단을 해서 살을 빼야겠다!!

살찐 내가 싫어!
→ 그래도 러브마이셀프! 살찐 모습도 나니까 좋아하면서 살아봐야겠다!!




둘 중 더 쉬운 것은 전자다. 어렸을 때의 상처든, 다른 사람의 시선이든, 자기 비하든 많은 아픔들이 덕지덕지 붙어 자존감이 낮아진 사람이 한순간 돌아서 스스로를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혹여나 살이 붙었다는 것에 대해 자책하고 다이어트에 강박을 가지라는 것처럼 들리지 않을까 조심스러운데, 그게 아니다. 살이 찐 나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같다.

그렇지만 내가 진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 나한테 "너 뚱뚱해!"라고 말했을 때, "난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 나 요즘 많이 먹었더니 살 좀 붙었더라."라고 스스로의 모습을 그냥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물론 여기서 "너 뚱뚱해!"라는 말을 한 사람은 무례하다.)

자존감이 떨어지면 피해의식이 올라간다. 상대방이 말한 가벼운 말에 덕지덕지 더 무거운 비난과 자기 괄시를 붙여버린다. 결국 공격하는 사람도 공격받는 사람도 나 자신이 되어버리고 마는 일은 마치 클리셰 같다.

실제로 보지는 않았지만 <마이매드팻다이어리>의 이 장면은 아주 유명하다. 위 문장을 쓰면서 가장 떠올랐던 장면이라 열심히 구글링을 해서 가져왔다.




예쁜 사람이 자존감이 높은 게 아니라 자존감 높은 사람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뻐야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비로소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물론 연예인 같은 외모를 갖고 싶다. 구김 없는 탄탄한 복근에, 날카로운 턱선에, 결점 없는 피부까지! 하지만 그들만큼의 노력을 기울일 자신도 없고, 내 인생에서 외모에 투자하는 시간은 지금 정도가 충분하다. 아직 완벽하게 나를 사랑해주지는 못하고 있지만 웬만하면 용서하고 기특해하려고 애쓰고 있다.




모델 같은 외모를 가진 사람들을 마음대로 우상화하고, 친구들을 루저로 대하고, 신발 사이즈를 줄여말하는 르네는 볼품없다. 하지만 열심히 땀 흘리며 스피닝을 하고, 머리색과 잘 어울리는 비비드한 옷을 즐겨 입고, 당당하게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르네는 멋있다.

모든 사람들이 멋진 사람으로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최소한 나라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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